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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천지방법원 첫 영상재판 도입 현장 가보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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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천지방법원 첫 영상재판 도입 현장 가보니

오기두 인천지방법원 행정2부 부장판사가 모니터로 원고와 피고 측 대리인을 확인하고 있다. 김경희기자
오기두 인천지방법원 행정2부 부장판사가 모니터로 원고와 피고 측 대리인을 확인하고 있다. 김경희기자

“제 목소리 잘 들리시죠? 재판 시작하겠습니다.”

21일 오전 10시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10층 행정2부장판사실.

모니터 2대가 놓인 책상 앞으로 법복을 입은 오기두 부장판사가 원고와 피고 측 소송 대리인을 모니터로 바라본다. 인천의 한 기업이 서인천세무서장 등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의 변론 준비기일은 이렇게 시작한다.

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올해 도입한 ‘비디오 커넥트(VidyoConnect)’ 프로그램에는 원고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2명, 세무당국인 피고측 대리인 2명이 각각 자신의 사무실에서 접속해 있다. 비디오커넥트는 재판부에 부여한 인터넷 주소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재판부에 여러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.

통상 재판을 위해 행정2부와 같은 합의부는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2명, 법정 경위, 속기사, 담당 계장과 실무관, 원·피고(대리인) 등 최소 10명이 한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.

하지만, 영상재판에서는 각자의 사무실이 곧 법정으로 변해 여러명이 한 곳에 모일 필요가 없다.

오기두 인천지방법원 행정2부 부장판사가 원고 측 대리인의 소송 취지를 듣고 있다. 김경희기자
오기두 인천지방법원 행정2부 부장판사가 원고 측 대리인의 소송 취지를 듣고 있다. 김경희기자

소송 분위기도 한층 가벼워진 모습이다. 판사석이 높게 자리해 자칫 위압감을 줄 수 있고, 공간 자체로도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지던 법정이란 특징이 사라지자 원·피고 모두 한층 편안한 모습이다. 처음 접하는 영상 재판에 다소 긴장한 모습이긴 하지만, 오 부장판사의 가벼운 농담에 긴장감은 사라지고 준비한 변론을 차분히 이어가는 모습이다.

소통 문제도 없다. 오 부장판사의 질문 후 소송대리인의 답변까지 불과 1,2초가 걸리지 않았고 함께 검토해야 할 서류는 비디오커넥트 프로그램을 통해 볼 수 있는 모습이다.

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그동안 민·형사 증인신문에서 가능했던 영상재판 범위를 변론준비기일까지 늘렸다. 민·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 앞으로 민사 변론기일과 형사 공판준비기일에도 영상재판을 도입할 수 있다.

강영수 인천법원장 역시 지난 2월 취임식에서 영상을 통한 비대면 재판의 활성화를 이야기했다.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휴정기가 길어지고, 셧다운이 반복하는 만큼 긴급 재난 상황에서도 재판과 법원의 업무가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강 법원장의 의지다.

이날 인천지법에서 열린 첫 비대면 영상재판도 이 같은 전국 법원의 흐름에 맞춘 행보다.

다만,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은 있다. 온라인을 통해 재판이 이뤄지다보니 다른 사람이 재판에 개입하거나 인터넷 상황에 따라 재판의 흐름이 방해받을 수 있는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.

임택준 인천지법 공보판사는 “오늘 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장비 등 부족한 부분은 확충해 나가는 등 영상재판이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”고 했다.

김경희기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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